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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스토리) 동물이 죄를 지으면 어떻게 할까?

by 하프투테이크 2023.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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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불문하고, 동물의 행동으로 인해 인간이 피해를 입는 경우는 계속되어 왔다.

 

오늘날에도 이런 일은 드물지 않은데, 중세 유럽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관습이 있었다.

 

바로 그 동물을 정식 재판에 걸었던 것이다.

 

동물이 범죄를 저지른다?

 

얼핏 생각하면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동물들이 무슨 범죄를 일으킬지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세 사람들은 동물도 사고를 할 수 있으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세에 흔하게 벌어진 대표적인 동물의 범죄는 돼지가 사람을 잡아먹는 사건이다.

중세에는 도시에서도 돼지를 풀어놓고 키우는 게 일반적이었고, 

 

본래 잡식동물인 돼지는 자기보다 작은 동물을 잘 잡아먹는다.

 

게다가 중세의 돼지는 오늘날의 집돼지보다 멧돼지에 가까울 만큼 야성이 강했으므로 부모가 한눈을 판 사이 

 

요람 속의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사례가 흔했는데, 이런 짓을 저지른 돼지는 살인되로 재판을 받았다.

그 외에 농작물을 해치는 해충의 경우도 남의 재산을 훼손했다 하여 퇴거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었으며,

 

동물이 마녀재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동물에 대한 재판 사례

 

기록에 남은 첫 번째 동물재판은 864년, 독일의 보름스 시 시의회가 사람을 쏘아서 죽게 한 벌집을 재판에 회부하여

 

이 벌집을 질식사시키도록 한 판결을 내린 사례이다.

 

그 뒤로 재판이 줄줄이 이어졌는데 가장 흔한 것은 역시 사람을 잡아먹은 돼지에 대한 재판이 주를 이루었다.

 

대개는 채찍질을 당한 후 교수형에 처해졌는데, 새끼를 거느린 암퇘지가 사건을 저지른 경우 어미는 처형하고

 

새끼들은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훈방되는 사례도 있었다.

조류도 재판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스위스 바젤에서는 자연의 법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두 개의 알을 낳은 수탉이 달걀과 함께 화형에 처해졌으며,

 

노른자 없는 알을 낳은 암탉 한 마리도 화형에 처해졌다.

암탉의 변호사는 고의가 아니었음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236년 뒤에

 

'특정 병에 걸린 닭은 노른자가 없는 알을 낳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소송 당사자들이 모두 사망해서 재심은 이뤄지지 못했다.

곤충들도 재판 당사자가 되었다.

 

11세기 프랑스의 성인 성 베르나르두스는 자기 설교를 방해하는 파리 떼를 파문했는데, 

 

이 파리들은 그날 밤 모조리 얼어 죽었다.

13세기 스위스에서는 풍뎅이들이 농작물의 뿌리를 갉아먹어 주민들이 재판소에 고발을 넣었는데,

 

재판관은 피고인 풍뎅이를 불러놓고 "벌레도 하느님의 창조물이므로 살아갈 권리가 있으나, 거주지는 숲 속의 

 

그늘진 황무지로 한정하니 다시는 경작지로 나와 행패를 부리지 말 것" 이라는 선고를 내렸다.

진딧물이나 두더지가 농작물에 피해를 입혔을 때의 판결도 이와 비슷했다.

 

가끔은 곤충들이 원래 그 땅에 살고 있었으며 인간들은 나중에 이주해온 것이라 해서

 

곤충들의 선취권을 인정하는 사례마저 있었다.

재판 자체가 무산된 경우도 가끔 있는데, 변호사가 머리를 쓴 경우였다.

 

독일에서 마을을 덮친 곰을 재판하려는데 곰은 곰에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변호사가 배심원단을 모두 

 

곰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재판을 연기시킨 적이 있고, 프랑스에서는 들쥐를 재판하려고 했더니 

 

"검사 측에 붙은 고양이들 때문에 피고가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 라며 보증금과 안전보장을 요구하여 

 

재판을 무산시킨 변호사도 있었다. 가끔은 피해자의 입장인데 처형되기도 했다.

영국의 어떤 남자는 자기 집 가축들과 수간을 했는데, 

 

재판부는 이들 가축들을 공범이라고 간주하여 모조리 사형에 처했던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동물들이 피고가 아니라 증인으로 재판에 참가하기도 했다.

자기 집에서 살인을 한 혐의를 받은 피고가 기소를 당했을 때, 피고는 가축들 앞에서 무죄를 맹세할 의무가 있었는데

 

아무 동물도 항의하지 않으면 무죄가 그대로 인정되어 석방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동물 간의 사건으로 고양이를 죽인 개가 무기직역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동물재판이 성행했던 이유

 

중세 유럽에서 동물재판이 성행했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동물의 행동에도 인간과 같은 의도성이 있다고 간주되었다. 또한 모든 생명이 하느님의 피조물이라는 

 

크리스트교 사상 아래에서는 동물에게도 인간과 같이 어느 정도의 권리가 있다고 인정되었다.

둘째, 동물은 스스로를 변혼할 수 없으므로 인간 법률가가 소송을 대리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소송에서 승리하는 것은

 

해당 법률가에게 상당한 보수와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셋째,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살충제와 같은 과학의 힘으로 해충을 퇴치할 수 없었던 중세인들은 

 

법원에 재판이라도 걸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고대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해충 추방 기원 의식이라도 벌였다간 마법을 쓴다고 교회로부터 고발당해 화형에 처해질 것이 뻔했으므로,

 

막대한 법률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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