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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스토리) 전쟁에서 시작된 인공강우

by 하프투테이크 202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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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초원을 불사르는 불길이 한 달이 지나도록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반 년 동안 눈도 비도 오지 않았기 때문에 풀도 나무도 바싹 말라 있고,

 

불을 끌 수 있는 양의 물을 외부에서 운반해 오기도 불가능하다.

 

소화 작업을 위해 나선 사람들이 체념하고 있을 때, 

 

몇 대의 비행기가 화재 현장 상공에 낀 구름 속을 지나가자 수 시간 후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초원에 비가 내리면서 마침내 화마가 고개를 숙였다.

 

비를 내리게 하자!

 

예로부터 사람들은 자기가 필요로 할 때 비가 내리기를 바랐다.

 

큰 불이 난다거나 가뭄이 들어서 물이 필요할 때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면 생활이 무척 편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대부터 중세까지의 인간들에게는 그것을 실현시킬 만한 기술이 없었으므로, 오직 신에게 기도를 할 뿐이었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도 이는 여전하여, 구름과 연기의 유사성에 착안했는지 불을 피워 연기를 올려 보내서 

 

비를 내리게 하려는 시도도 있었고, 천둥소리를 흉내 내어 복을 쳐서 비를 내리게 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는 본질적으로 과거 원시시대의 기우제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18세기와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유럽인들은 한 가지 신기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히 비가 오지 않을 날씨였는데, 그 근처에서 두 군대가 격렬한 포격을 주고받으며 전투를 하면 

 

그 후에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여기에 주목한 사람들은 대부분 대포의 포성이 비를 내리게 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대포를 발사할 때 발생하는 충격파가 공기 중에 있는 수분에 충격을 주고,

 

이로 인해 빗방울이 뭉쳐져서 비가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여기서 실마리를 얻은 사람들은 구름을 향해 거대한 대포를 쏘거나 구름 속에서 폭발물을 터뜨려 비가 내리도록 시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구름 속으로 폭발물을 띄워 보내는 수단으로는 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개중에는 누가 봐도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를 골라 실험을 하는 사기꾼도 상당수였다.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 비가 내린 것은 충격파 때문이 아니었다.

 

당시에 군용으로 사용하던 흑생화약은 연소 시 찌꺼기가 많이 발생했고, 

 

이것이 발사할 때의 폭풍에 휘말려 하늘로 올라갔던 것이다.

 

한두 문이 아닌 수백 문의 대포가 배출하는 타고 남은 화약가루나 재는 막대한 양이었고,

 

이것들은 충분히 수분을 모아 땅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비의 핵이 될 수 있었다.

 

현실의 일부가 된 인공강우

 

과학적인 인공강우의 시초는 1946년이었다.

 

뉴욕주립대학의 빈센트 섀퍼는 항공기를 이용하여 드라이아이스를 구름 속에 살포했는데,

 

드라이아이스는 구름 속의 물방울을 얼게 하여 비를 내리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1947년에는 제너럴일렉트릭의 버나드 보네갓이 요오드화은 분말을 역시 비행기로 살포했다.

 

요오드화은은 구름 속으로 들어가 수분을 끌어 모으는 핵이 되고, 무거워진 물방울은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

요오드화은을 사용하는 방법은 드라이아이스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도 더 좋아서 이후 주류가 되었다.

 

하지만 얼마만큼을 어느 정도 높이에 뿌려야 하는지 동은 반복된 실험을 통한 노하우 획득이 필요하다.

 

현재 인공강우 기술의 선진국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이들 나라들은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고, 산림이나 초원에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뭄이 들어 물을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인공강우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국토 전역에 인공강우를 위한 로켓 발사대가 4,687기 대공포는 7,000문가량이 있으며

 

전문 인력도 3,000명이 넘는다(거의 20년 전 기준이므로 현재는 더 많은 인력이 있다.)

 

심지어 중국의 경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시가지에 먼지가 일지 않게 하기 위해 경기 기간 내내

 

매일 밤 비이징 일대에 인공강우를 실시했으며, 

 

러시아 역시 2009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퍼레이드에 비가 오지 않게 하기 위해

 

미리 비를 내리게 하여 하늘을 청소한 적도 있다.

 

인공강우는 신의 선물일까

 

여기까지만 보면 인공강우는 가뭄을 해소하기 위한 신의 선물과 같은 기술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인공강우가 내리지 않을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분이 전혀 없는 하늫에는 무엇을 뿌려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

 

인공강우는 아직 내릴 준비가 되지 않은 빗방울을 키워서 비로 내리게 하는 것이며,

 

이는 그대로 놓아두었다면 다른 지역에 내렸을 비를 빼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어느 한 나라가 인공강우로 비를 가로채는 것은 주변의 여러 나라에 가뭄을 일으켜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

 

인공강우 기술이 아직 불완전하다는 점도 문제다.

 

아직까지 인공강우는 비의 양을 조절할 만큼의 기술적 완성도를 얻지 못해 목표치보다 많은 양의 

 

눈이나 비를 내리게 할 수도 있어서 이 경우 폭우나 폭설을 유발할 수도 있다.

때문에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국토가 넓어 다른 나라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적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낮은 나라에서만 인공강우 시도가 활발한 것이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봤을 때 인공강우 기술이 신의 축복일지 저주일지는 아직 판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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