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바다에서 금을 꺼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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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의 바다에는 육지에 매장된 금의 총량(4만톤 내외)보다 훨씬 많은 양의 금이 녹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금을 채취하겠다고 진지하게 노력한 사람이 있었다.

 

금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독일의 상황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전쟁에 참가한 나라들은 베르사유 조약이라는 강화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은 패전한 독일이 승리한 연합국에게 전쟁 배상금을 물어주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그 규모가 무려 1,320억 마르크(당시 화폐로 19억 달러), 그것도 전액 지폐가 아닌 금화로 지불해야 했다.

 

이는 순금으로 따져서 무려 47,000톤을 넘는 막대한 액수로, 인류가 고대부터 현재까지 채굴한 금의 절반에 가깝다.

 

4년이라는 대규모 전쟁을 치른 독일에는 그만한 돈이 없었다.

 

무진장한 금의 보고, 바다

 

한편 독일의 애국적인 과학자, 프리츠 하버(1918년 노벨상 수상)는 거액의 배상금을 짊어지게 된 조극 독일의 

 

운명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착안한 것이 바로 배상금으로 지불할 금을 바닷물에서 추출해내자는 것이었다.

 

바다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원소가 녹아 있다.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92종의 원소 중 거의 모든 금속과 광물성 화합물이 녹아 있고, 

 

그중에서도 금이 바닷물에 녹아 있다는 사실은 이미 19세기부터 알려져 있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양의 양이 녹아 있는지 확인하는 것과 어떻게 추출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바닷속에는 얼마나 되는 금이 녹아 있을까?

그 양은 놀랍게도 100억 톤.

 

이 금을 0.001%라도 건져낼 수만 있다면 독일의 배상금 문제는 일거에 해결될 수 있었다.

 

하버는 꿈에 부풀었다.

 

바다에서 금을 얻는 것은 가능한가?

 

부연할 필요도 없겠지만 하버의 계획은 실패했다.

 

바닷속에 용해된 전체 금의 양 100억 톤은 많은 것 같지만 바닷물은 더 많기 때문이다.

 

바닷물의 전체 부피로 저 100억 톤을 평균하면, 바닷물 1톤에 녹아 있는 금의 양은 겨우 0.004mg밖에 안 된다.

 

하버는 탐사선을 타고 10년 동안 세계 각지의 바다를 돌면서 금 함유량이 높은 바다를 찾았지만

 

고작해야 해수 2톤당 0.04mg의 금이 포함된 해역을 찾았을 뿐이었다.

결국 하버는 "해수에서 금을 채집하기보다 차라리 마른 풀 속에서 바늘을 찾는 쪽이 더 가능성이 있다." 는 말을 남기고

 

1928년에 더 이상의 연구를 포기했다.

 

하버 이후에도 바다에서 금을 뽑아내려는 시도가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다우케미컬사의 화학 공장에서는 바닷물에서 브롬을 뽑아내고 있었는데,

 

이 공장 기술자들이 '어차피 브롬을 추출하기 위해 바닷물을 쓰니까 그 김에 금도 한 번 뽑아 보면 어떻겠느냐' 

 

하는 착안을 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기대 속에서 실제로 바닷물에서 금 추출을 시도한 결과, 정말 금을 얻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무려 15톤의 바닷물을 처리해서 단 0.09mg의 금밖에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 양의 금은 당시 화폐로 1/100센트 어치에 불과해 도저히 경제성 있게 추진할 일이 아니었다.

 

오늘날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금 함유량이 특별히 높은 바다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곳이라도 최대 농도는 바닷물 1톤당 10mg 정도밖에 녹아 있지 않고,

 

이걸 채취하려면 무려 100톤이나 되는 바닷물을 걸러내야 고작 금 1g을 얻어낼 수 있다.

 

결국 바닷속의 황금은 말 그대로 '탄탈로스의 물'과 같은, 가질 수 없는 재보인 셈이다.

 

바다에 녹아 있는 금은 무려 100억톤. 

인류가 유사 이래 생산한 양의 8만 배나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금의 가치는 전혀 달라질 것이다.

 

바닷속의 금, 캐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일지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